오늘은 장작을 태울 때 느껴지는 스모키한 풍미가 유난히 강렬하고 정로환과 같은 소독약 냄새가 특징인 아일라섬의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 아드벡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드벡 위스키는 지난번 한남동의 써스티써스데이라는 위스키 바에 우연히 방문하게 되어 바텐더분께 추천을 받아 처음 먹어본 위스키였는데 피트향이 강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위스키이지만 그 강렬한 향이 인상 깊어 아드벡 위스키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제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아일라 지역의 피트 위스키
아드벡 위스키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아일라 지역의 피트 위스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아일라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맛과 향의 핵심은 피트(토탄 혹은 이탄)입니다. 피트는 주로 습지대에서 풀이나 꽃 이끼 등이 퇴적돼서 생성되며, 피트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춘기가 되기 전 단계의 석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즉, 피트가 수천 년 축적되면 석탄이 되며, 이러한 피트를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나무가 부족해 연료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연료로 쓰인 피트가 위스키의 풍미에 영향을 주게 된 것은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 중 보리에 싹을 틔워 말리는 과정에서 피트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리에 싹을 틔워 말려야 하며 싹 틔운 보리를 가마에 넣고 말릴 때 석탄이 아닌 피트로 불을 떼면 연기를 통해 피트의 풍미가 몰트(싹 틔운 보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됩니다. 현재는 석탄으로 어느 정도 말려 놓은 상태에서 그 다음 피트를 이용 풍미를 입히고 마지막에 다시 석탄으로 건조를 끝내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증류소에서도 피트를 쓰는데 유독 아일라 섬에서 피트가 유명해진 이유는 피트가 축적된 지역의 특성 때문입니다. 피트는 어느 지역 어떤 땅에서 캤는지에 따라 달라지며 아일라 섬에서는 여러 식물과 더불어 해조류가 함께 퇴적되고 페놀 함량까지 높아 풍미가 더욱 독특하고 강렬한 것입니다. 이러한 아일라 섬에서 스모키한 피트 향으로 유명한 위스키 브랜드로 아드벡, 라프로익, 라가불린이 있습니다. 이렇게 세 개의 증류소는 아일라섬 남쪽 킬달 튼이라는 지역에 나란히 위치해 있어 킬달튼 트리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일라 위스키 피트 레벨(페놀 수치)
위스키의 피트 정도를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피트 레벨이 존재합니다. 보통 처음 피트 처리된 몰트에서 페놀 함량을 측정하여 이를 피트 레벨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피트 레벨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며, 증류 및 숙성 발효 과정에 따라 페놀 함량이 동일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 라가불린 약 30~35ppm
- 라프로익 40~45ppm
- 아드벡(기본 제품) 50~55ppm
- 아드벡 슈퍼모어 100ppm
- 옥토모어 150ppm 이상 -> 발효를 길게 해 피트 레벨을 조절하고 다양한 풍미를 입힙니다.
아드벡 위스키 역사
아드벡 증류소는 1815년 존 맥두걸(John Macdougall)에 의해 설립되고 1838년 글래스고의 주류상인인 토마스 뷰캐넌에 의해 공장이 팔리지만 맥두걸의 아들 알렌산더가 계속해서 운영하게 됩니다. 알렉산더가 죽은 후에도 맥두걸의 여동생 마가렛과 플로라가 콜린 헤이와 공동으로 운영하게 되며, 1911년 “Ardbeg” 이름이 상표로 등록되고 브랜드 보호를 위해 특유의 ‘A’ 원형마크가 상표권으로 등록됩니다. 이후 아드벡 증류소는 수많은 고난의 역사를 겪게 됩니다. 1977년 하이램 워커(Hiram Walker) 증류소에 인수된 후 생산량이 줄어 1981년 증류소를 첫 번째로 폐쇄하게 됩니다. 이후 1987년에는 얼라이드 라이언(Aliied Lyons)에 의해 인수되어 소규모로 증류를 재개하지만 1991년 두 번째로 증류소가 폐쇄됩니다. 그리고 1997년 글렌모렌지가 아드벡을 인수하면서 다시 폐쇄하는 일 없이 운영되고 1998년 올해의 증류소로 선정되게 됩니다. 그리고 2000년 아드벡 위스키 중 인지도가 높은 위스키 중 하나인 아드벡 10년이 출시되게 되고 아드벡이 더 이상 폐쇄되지 않기를 바라는 전 세계 수 천명의 팬들이 Ardbeg 커미티를 최초로 형성하게 됩니다. 이후 Ardbeg Uigadail, Ardbeg Corryvreckan 등 여러 제품이 출시되며 2005년 LVMH에 글렌모렌지가 인수되면서 아드벡 증류소도 편입되고 전성기의 아드벡 증류소 수준으로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아드벡 증류소의 특징
첫 번째 증류기
아드벡 위스키는 보통 피트 괴물, 피트 몬스터라고 하지만 막상 마셔보면 먹을만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이는 위스키입니다. 분명 강한 피트향이 느껴지긴 하지만 마셔보면 의외로 달콤하면서 플루티하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드벡 위스키에서 이렇게 깔끔한 풍미를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증류소의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목이 긴 증류기입니다. 목이 긴 증류기를 쓰면 무거운 성분의 기체가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아래로 다시 떨어지게 되어 다시 증류되면서 스피릿(증류액)이 가벼워집니다.
두 번째로는 아드벡 증류소는 Purifier라고 불리는 정화기, 특수장치를 2차 증류기에 달아서 증류합니다. 이 정화기는 증류기와 응축기를 연결하는 라인암에 달리며 증류기에서 끓어오른 알코올 증기를 한번 더 걸러내는 장치입니다. 즉, 가벼운 성분의 기체는 정화기를 거쳐 응축기로 넘어가지만 무거운 기체는 정화기 안에서 액체로 변해 다시 파이프를 타고 증류기로 되돌아갑니다. 결국 가벼운 기체만 빠져나가게 되며 이러한 장치 덕분에 아드벡의 스피릿은 더욱 섬세하고 깔끔하게 증류됩니다.
두 번째 독특한 팬 문화
아드벡은 열정적인 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해 컬트 위스키라고 부르기도 하며 아드벡의 역사에서 언급한 2000년 최초 형성된 아드벡 커미티의 회원은 현재 13만 명에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커미티 회원들은 각 나라별로 활동하며 해마다 6월 첫째 주 토요일에 아드벡 데이를 만들어 즐기고 있다고 하며 한국에서도 진행됐었다고 합니다. 또한 단순 팬클럽이 아닌 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커미티이며 아드벡 증류소에서 신제품이 출시될 때 먼저 커미티 회원들이 테스팅 후 의견을 전달하고 이러한 의견들을 위스키 출시에 반영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아드벡 위스키 제품군
1. 아드벡 10년
가장 유명한 제품 중 하나이며 강한 피트향과 동시에 풍부한 과일향 그리고 플로럴 한 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제품입니다. 버번 캐스크이며, Non-chill filtered 위스키로 필터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고유한 위스키 원액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테이스팅 노트 (아드벡 공식 홈페이지 참고)
색 : Light Gold / 도수 : 46% / 숙성 연수 : 10년
향 : 강렬한 스모키향, 과일향, 다크 초콜릿, 레몬, 라임, 멘톨, 흑후추, 연기, 타르 로프, 흑연,
녹색 피망, 구운 파인애플, 배 주스, 훈제 생선, 베이컨 향
맛 : 톡 쏘는 레몬, 라임 주스를 곁들인 이탄 거품, 계피, 후추, 버터 밀크, 바나나, 건포토를 곁들인 소금물, 크리미한 카푸치노, 구운 마시멜로, 드라이한 에스프레소, 타르 연기
피니시 : 에스프레소, 아니스, 구운 아몬드, 부드러운 보리와 신선한 배의 향이 길고 스모키하게 이어집니다.
2. 아드벡 우기달(Uigeadail)
아드벡 Uigeadail은 게일어로 어둡고 신비로운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증류소의 수원지 이름을 따서 지었으며, 버번을 담았던 아메리칸 오크통과 셰리를 담았던 올로로스 캐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로 오크통의 깊고 스모키 한 향과 셰리 캐스크의 감미롭고 건포도 같은 특성이 결합된 위스키입니다.
테이스팅 노트(아드벡 공식 홈페이지 참고)
색 : Deepest Gold / 도수 : 54.2% / 숙성 연수 : NAS
향 : 케이크, 호두 오일, 파르마 제비꽃, 신선한 바다 향신료, 삼나무, 솔잎, 석탄, 기름칠이 잘 된 가죽의 향, 당밀 토피, 초콜릿, 건포도의 단맛
맛 : 달콤함, 매콤함, 깊은 스모키한 맛, 꿀을 바른 훈제 음식, 쫄깃한 당밀
피니시 : 건포도, 깊은 모카, 풍부하고 향기로운 연기
2. 아드벡 코리브레칸(Ardbeg Corryvreckan)
이슬라 북쪽에 위치한 유명한 소용돌이에서 이름을 따온 위스키입니다. 2010년 세계 위스키 어워즈에서 최고의 싱글 몰트 위스키로 수상하기도 한 제품으로 핵심 제품 라인업 중 가장 비싸면서도 인기 있는 제품입니다.
테이스팅 노트 (아드벡 공식 홈페이지 참고)
색 : Rich Amber / 도수 57.1% / 숙성 연도 : NAS
향 : 타르 로프, 크레오소트, 다크 초콜릿, 따뜻한 블랙 커런트, 설탕, 체리, 흙향기, 솔잎의 향, 짭짤한 시즈닝, 해초, 스모키한 베이컨, 달콤한 바닐라, 매콤한 정향, 블루베리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짠맛
맛 : 후추 향이 나며 쫄깃한 식감, 해초향, 후추, 스테이크, 블랙커런트, 블루베리, 체리, 쓴 아몬드, 블랙 타르 에스프레소
피니시 : 블랙 타르 커피, 초콜릿으로 코팅한 체리, 고추 소스
마무리
오늘은 피트향이 매력적인 아드벡 위스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한남동에 위치한 써스티 써스데이 위스키바에서 처음 마셔보았습니다. 써스티써스데이 위스키에서 14000원 수준에서 마셔볼 수 있으니 한남동에 놀러 가신다면 한 번쯤 마셔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남동 써스티써스데이에서 마신 아드벡 사진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